2020
곁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울증과 맞설 수 있었다
2020년 9월호


청년 성인

곁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울증과 맞설 수 있었다

우울증의 고통은 나에게 의미 있는 관계가 지닌 치유의 힘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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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근처에 앉아있는 친구들

성탄절을 앞두었을 무렵, 내 아파트만 홀로 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친구들은 유럽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우리 가족은 핀란드에서 다 함께 성탄절을 기념하고 있었다. 나는 편지 한 장을 손에 든 채 영국의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혼자 있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외로워서 우는 게 아니었다. 이것은 행복에 젖은 눈물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가 보내 준 그 편지를 읽는데, 우리가 어릴 적에 함께 보낸 좋은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 모든 순간이 미래의 나에게 이렇게 큰 의미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외로움에 직면하며

우울증에 빠진 나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나라고 여기기도 했다. 과연 날 사랑해 줄 친구를 찾을 수는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에 사로잡혔던 시기였다.

핀란드에서 청소년기를 보낼 때는 교회에 정말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때로 나는 그걸 당연시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우리는 어느샌가 서서히 멀어졌고, 결국 서로 거의 말도 섞지 않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 일 이후 나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을 잃어 버리자 마치 나 자신이 짐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들을 내 고통으로 끌어들이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고립된 상태로 살았다. 표면적으로 모든 것이 괜찮다는 것을 알려야 할 때만 침대 밖으로 나왔다. 내 침대는 내가 스스로 만든 슬픔의 구덩이였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했지만 여름이 다 되어서도 여전히 비참하고 우울했다.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람들과 대화할 방법을 찾았는데, 내가 그런 것에 별 재주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한 마음이 더해졌다. 그러던 중 우리 대학교의 여름 학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저 나 자신을 아파트 밖으로 끌어내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첫째 날 단체 활동에 참여했을 때,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 눈물을 쏟아 내려고 슬쩍 자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쉽사리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나아지기 위해 들였던 노력이 너무 컸다. 나는 다시 돌아갔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이 낯선 사람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꼈지만, 시도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는 혼자이고 싶지 않았다.

인생을 바꾸는 친구를 만들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두려운 기분이 들 때, 나는 우리가 모두 하늘 부모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각기 다른 성장 환경과 생활 방식 때문에 모두가 굉장히 달라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곳에서 왔다. 그리고 그 사실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 수 있다.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팀원들과 나는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는 함께 어울려 놀기도 했다. 어느 날, 내 아파트 바닥에 다 같이 앉아 함께 구운 케이크를 먹으며 카드 게임을 했을 때는

순간 창문을 열고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내가 해냈어!” 이 친구들은 내 인생에 일어난 기적이다.

친구들과 우정이 쌓이자 우울증에 맞서 싸우기가 한결 더 쉬워졌다. 친구들에게 내 정신 건강 문제를 털어놓기도 했다. 나는 그중 대다수가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친구가 어려운 일을 겪고 있었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연 덕분에 그들도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약점을 드러냄으로써 나는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치유되기 위해 필요했던 힘과 희망,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가을에 나는 교환 학생으로 영국에 가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친구를 사귀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구주의 빛을 받아들이고 나누다

우울의 잿빛 구덩이에 있을 때는 하나님의 사랑과 그분의 영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사랑을 보이고, 봉사하고, 깊은 우정을 쌓음으로써 나는 구주의 치유하는 힘을 받아들이고 내 인생에 그분의 빛을 다시 끌어올 수 있었다.

우울증은 때로 삶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우울증 덕분에 나는 하나님의 계획과 나 자신을 어떻게 하나로 맞출지를 배우고,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훌륭한 목적을 얻게 되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성탄절을 보내는 것은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외로운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예전에 느꼈던 그 외로움을 다시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이 세상 어디에 있든 하나님께서는 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평안을 찾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다는 것을 신뢰하고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