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내가 가지 않았다면?
2021년 2월호


내가 가지 않았다면?

그 경험은 그날 저녁 내가 그곳에 있어야 했던 이유를 내 마음과 영혼에 깊이 아로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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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에 불 밝히기

그날 모임에 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추모의 밤’이 내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시간 동안 어머니의 죽음을 계속 슬퍼하고 애도하며 눈물을 쏟을 게 뻔해 보였다.

하지만 모임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조금 전의 망설임을 뒤로한 채 외출 준비를 했다. 그곳에 가는 게 내게 좋을 것 같았다.

최근에 돌아가신 몇몇 사람을 기리는 추모의 밤은 어머니의 장례를 담당했던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장례식장 책임자와 그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다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모임 동안 돌아가신 분의 이름이 각각 호명되었고, 가족 대표는 그 사람을 기리기 위해 작은 초에 불을 밝혔다.

식이 끝나자, 나는 다과를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뒤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뜬 상태였고, 호흡기를 단 채 보행기 옆에 앉아 있는 한 연약한 여성만 혼자 남아 있었다. 그녀의 슬픔과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를 안아 주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자신을 안아 주는 낯선 사람을 어떻게 여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이 단순한 영의 속삭임을 따랐다. 나는 두 팔을 벌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나를 향해 두 팔을 뻗어서 나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내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제가 포옹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 주다니 정말 고마워요. 당신은 천사예요.” 그런 다음, 우리는 잠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 경험은 그날 저녁 내가 그곳에 있어야 했던 이유를 내 마음과 영혼에 깊이 아로새겨 주었다. 그날 저녁에 내가 가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주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그녀를 안아 주라는 영의 속삭임을 분명히 인식했고, 그 속삭임을 따름으로써 우리는 둘 다 풍성한 축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