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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구한 적 없음에도 받은 가장 큰 축복

05/07/21 | 7 min 분량의 읽을거리
결혼 생활에서 겪은 이러한 시련은 주님께서 나를 위해 임재하셔서 내가 이전에는 결코 가져보지 못한 시야로 그분을 바라볼 완벽한 기회가 되었다.

남편이 외설물에 중독되었다고 내게 처음 털어놓았을 때는 감사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실, 그런 생각이 눈곱만치라도 든 것 같지 않다. 그날은 가슴 깊이 중압감에 눌렸고 그런 느낌이 몇 주, 몇 달을 넘어 몇 년간 지속되었다.

이제 와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그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발 디딘 곳에 서 있고, 현재의 내 모습이 만들어졌으며, 나와 구주의 관계는 매우 개인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측면은 희망의 씨앗이 되기에 우리가 겪는 모든 슬픔, 가슴앓이, 두려움, 정신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나라고 해서 하룻밤 사이에 그러한 감사함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런 역경을 견디어내는 여정의 초기에 나는 그저 망연자실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고통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저 멍해져서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 후 나는 맘을 짓누르는 고통에 온갖 분노가 용솟음치는 순간을 겪었다. 남편의 선택에 대해 그를 향한 분노가 끓어올랐고, 내 삶에 이런 일이 생긴 걸 하나님이 막아주시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분을 향하여 분노했으며, 그런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는 나 자신에 대해 분노했다.

그날따라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던 어느 밤, 나는 일기장을 꺼내 그날 남편에게 느낀 모든 감정을 적었다. 감정이 걸러지지 않은 채 모든 감정을 다 쏟아부었다. 너무나 화가 났고 맘이 아팠다. 그리 좋지 않은 생각과 감정을 써 내려갔는데, 사실 그게 내가 처한 현실이었고, 내가 마주한 문제였다. 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내 마음속 생각을 모두 쓰고 나니 더 이상 그 문제를 끌어안고 있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한결 편해지긴 했지만, 남편을 향해 가진 감정도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남편을 향해 계속 분노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는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기도 했다. 그러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좋은 점을 열 가지 적어보렴.”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너무 분명하게 들었기 때문에 무시하기 어려웠다.

나는 잠시 동안 남편의 좋은 점과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살짝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희망을 느꼈다. 긍정적인 것들을 떠올리며, 잠시 동안 나는 주님께서 남편을 바라보시듯, 남편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금 더 평안함을 느꼈다. 영은 이런 경험을 통해 나에게 감사가 지닌 힘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가졌던 모든 분노의 감정과 상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실재했으며 나는 그 감정을 인정하고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내가 준비되었을 때, 감사는 강력한 힘으로 나를 변화시켰고, 나는 그때부터 이 감사의 힘을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게 되었다.

내가 그때 미처 깨닫지 못한 점은 결혼 생활에서 겪은 이러한 시련이 주님께서 나를 위해 임재하셔서 내가 이전에는 결코 가져보지 못한 시야로 그분을 바라볼 완벽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살면서 나는 많은 부분을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스스로 해결하자.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해. 제대로 해내야 해. 나는 삶이 순조로울 것이며, 혼자 모든 일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나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게 되었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리스도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내게는 이 시련이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피상적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어떠한 분인지를 진정으로 아는 기회가 되었다.

삶의 시련은 우리가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주기에 우리가 선택하기만 한다면 하나님 아버지와 구주께 좀 더 가까워지고 그분들을 닮아갈 수 있다. 주님을 의지하고 그분에게서 삶의 진리를 배우기로 택했음에 감사하다.

디이터 에프 우흐트도르프 회장님은 최근 있었던 연차 대회에서 이런 상황에 잘 맞는 말씀을 주셨다. “힘든 시기에 감사해한다고 해서 그 상황을 기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의 눈으로 현재의 역경 너머를 본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입술이 아니라 영혼으로 드리는 감사입니다. 그러한 감사는 마음을 치유하고 생각을 넓혀 줍니다.”1

그런 힘든 시기에, 또 그 이후로도 계속 감사하기로 선택하고 나니 내 상처가 치유되었으며, 하나님이 내 삶에 선한 일을 행하심을 좀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남편의 외설물 중독과 이를 해결해 가는 우리 부부의 여정은 내가 한 번도 구하지 않았으나 받은 가장 큰 축복이라 말하고 싶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는 주님께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내 자신과 남편에 대해, 한편으로 우리의 결혼 생활에 대해 온전히 그분을 신뢰해야 함을 배웠다. 과거에나 지금에나,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내게 달려있지 않다.

외설물과 중독 회복 문제가 내 결혼 생활에 끼어들기를 내가 원했겠는가? 아니다. 그렇게 가슴 아프고 슬프며 상처받는 일을 겪기 내가 바랐겠는가? 아니다. 그래도 이제 모든 걸 되돌아보며 그런 경험에 내가 감사함을 느낄까? 물론이다.

나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음에 감사하다. 나는 은혜의 권능을 배우고 경험했다. 나는 하나님을 향해 분노를 느낄 때조차도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배웠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구주께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분은 내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느라 애쓸 때 그저 기다리며 응원만 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그 문제에 관여하시며, 나를 사랑하시기에 기꺼이 나와 함께하신다.

지금 내가 가장 감사하는 것은 구주께서 내 마음이 치유되게 하시고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이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분은 내가 지금 있는 이곳까지 오도록 나를 인도하셨고, 내가 이런 희망과 치유의 경험을 나눌 수 있게 해 주셨다. 여러분도 그리스도께 삶의 중심을 두고, 어떤 일의 결과나 타인을 통제하고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께서 매 순간 한 걸음씩 여러분과 동행하실 것이다. 여러분은 가장 힘든 날에도 평안을 느끼며,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위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시며, 이런 시련의 여정에 여러분과 동행하신다. 이런 깨달음은 최고의 축복입니다.

1. 디이터 에프 우흐트도르프,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연차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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