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월병 축제
2020년 8월호


월병 축제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요한복음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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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병 축제

“너무 빨리 달리지는 마!”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어두워지고 있는데 넘어지면 안 되잖니.”

빈센트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어요. “하지만 아빠 걸음이 너무 느리잖아요. 월병이 다 없어지기 전에 도착하고 싶다고요!”[옮긴이: 월병은 중국식 전통 과자로, 우리나라의 추석에 해당하는 중추절에 만들어 먹는다. 중추절에 열리는 월병 축제 때에는 달에 제사를 드리고, 함께 보름달을 구경하고, 월병을 나누어 먹는 것이 풍습이다.]

아빠는 엄마와 함께 걸어오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월병이 다 없어질 일은 없어. 적어도 네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공원이 가까워지자 쿵쿵 북소리가 울렸어요. 나무에 달린 오색 전구들이 어두운 밤을 밝혀 주고 있었어요. 많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돗자리 위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함께 보름달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엄마는 잔디밭에서 빈자리를 찾아 돗자리를 펴셨어요. 그런 뒤에는 빈센트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도록 동전을 몇 개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빈센트는 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었어요. 빈센트는 걸어가면서 받은 동전이 얼마인지 세어 보았어요. 20링깃이나 되었어요![링깃: 말레이시아의 화폐 단위—옮긴이] 월병 한 개를 사기에 충분한 돈이지요. 그런데 무엇이 들어간 월병을 사야 할까요? 햄? 달걀노른자? 두리안? 고민 끝에 빈센트는 흑임자 앙금이 듬뿍 들어간 월병을 골랐어요. 빈센트는 월병을 맛있게 먹으면서 주욱 늘어선 가판대를 다니며 갖가지 음식을 구경했어요. 꼬치에 꿴 닭고기. 큰 솥에 가득 담긴 얼큰한 국물과 국수. 어쩌면 마지막 남은 동전으로 아이스크림을 얹은 빙수를 사 먹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빈센트는 전등이 별로 달려 있지 않은 쪽까지 가게 되었어요. 주변이 어두워지자 빈센트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눈을 감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빈센트는 눈을 감은 채 한 걸음을 내딛고, 또 한 걸음을 내디뎠어요. 그리고 그때 발에 무언가가 걸리면서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어요!

아야! 빈센트는 어떤 날카로운 것에 턱을 찧었어요. 철로 된 커다란 하수구 뚜껑이었죠! 손을 올려 턱을 만져 보니 피가 나고 있었어요.

“아빠? 엄마?” 빈센트는 소리쳤어요. 빈센트는 얼른 전등 불빛이 있는 쪽으로 달려 나갔고, 지나가던 분의 도움으로 부모님을 다시 찾았어요.

“엄마랑 아빠가 정말 걱정하고 있었어!”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빈센트의 얼굴을 보셨어요. “병원에 가 봐야겠다.”

잠시 후, 빈센트는 엄마 아빠와 함께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어요. 빈센트는 너무 무서웠어요. 빈센트는 괜찮을까요?

빈센트는 팔짱을 꼭 끼고 예수님을 생각했어요. 빈센트는 가족과 함께 몇 달 전에 침례를 받았어요. 선교사들은 빈센트가 위안을 느끼도록 예수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다고 말했었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도와주실 거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도와주실 거야.’ 빈센트는 계속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자 곧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어요. 마치 성신이 곁에 있는 것 같았어요.

아빠는 빈센트의 손을 꼭 잡아 주셨어요.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다 괜찮을 거야.”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빈센트는 엄마의 말씀이 옳다는 걸 알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빈센트의 턱을 꿰매 주셨어요. 아프기는 했지만 참을 만했어요. 선생님은 빈센트에게 아마도 흉터가 남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빈센트는 속상하지 않았어요. 그 흉터를 볼 때마다 월병과 그날의 축제, 그리고 예수님과 성신이 자신을 위로해 주었던 시간을 기억할 테니까요.